
🧏♀️ 영어수어는 없어요? 세계에는 어떤 수어들이 있을까?
가끔 사람들이 저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영어 수어는 따로 있나요?”
이 질문은 사실 언어와 수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영어 수어”라는 건 없습니다. 왜냐하면 수어(手語, Sign Language)는 말과 문자와 마찬가지로, 각 나라 또는 지역마다 고유하게 존재하는 독립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 수어도 언어처럼 나라별로 달라요
많은 분들이 ‘수어는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언어 아닐까?’ 생각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 영국에서는 영국수어(BSL, British Sign Language)
- 미국에서는 미국수어(ASL, American Sign Language)
- 한국에서는 한국수어(KSL, Korean Sign Language)
이처럼 각국의 수어는 문법, 어휘, 표현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수어와 영국수어는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언어입니다. 이는 마치 영어와 프랑스어가 서로 다르듯이 말이죠.
🤝 세계 농인들이 모이면 어떻게 소통할까요?
국제회의나 스포츠 경기처럼 여러 나라의 농인(청각장애인)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는 **‘국제수화(International Sign Language, IS)’**가 사용됩니다. 이는 특정 나라의 수어가 아닌, 다양한 수어의 표현을 조합해 만든 일종의 국제적인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하지만 국제수화가 모든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익숙한 언어는 아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전문 통역사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2023년 세계농아인대회(WFD) 통역 구조 예시
2023년 7월, 제주도에서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WFD: World Federation of the Deaf)**가 열렸습니다. 이 국제행사에서의 수어 통역 구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 무대 위에는
👉 농인 통역사 1명, 국제수화 통역사 1명 - 무대 아래에는
👉 청인 수어통역사 2명
통역 과정 예시:
- 연사가 한국어로 발표
- 아래에 있던 청인 수어통역사가 한국수어로 1차 통역
- 그 수어를 무대 위의 농인 통역사가 다시 농인 관객에게 맞게 전달
- 동시에, 무대 위의 국제수화 통역사는 이를 국제수화로 다시 통역
이처럼 국제 무대에서는 언어와 수어의 층위가 복잡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통역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 왜 이런 구조가 필요할까요?
수어는 단순히 손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정체성, 그리고 시각적인 이해 방식이 함께 담긴 언어입니다. 청인 통역사와 농인 통역사가 함께 협력하는 이유는, 농인의 입장에서 보다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은 단지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질’을 높이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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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언어에는 경계가 없지만, 문화와 경험이 다르면 의사소통은 때때로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역이라는 다리 역할이 중요하죠. 수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어는 단순한 ‘손짓’이 아닌, 하나의 언어이자 문화입니다. 우리가 수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된다면,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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